
에따 리브르 도랑쥬엑시트 더 킹 오 드 퍼퓸
724클린vs킹=그림자를 갖은 클린
🍊 Etat Libre d’Orange의 향수들은 종종 하우스계의 악동처럼 느껴집니다.
극과 극의 트레일 변화를 즐겨 쓰는 브랜드이기도 하죠.
만약 Serge Lutens이 몽환적이고 퇴폐적인 밤의 반전을 그려낸다면,
에따는 그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반전을 보여줍니다.
르텐이 ‘밤의 환락 지배자’라면,
에따는 낮 시간대의 위험한 악동 같은 하우스에 가까워요.
🌹 언어유희 없이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Maison Francis Kurkdjian의 M F K 724를 비틀어 놓은 변주곡처럼 느껴졌습니다.
724가 세탁소의 포근하고 따뜻한 클린함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Etat Libre d’Orange Exit the King은 시작부터 결이 조금 다릅니다.
첫 향은 시원한 남성 스킨 같은 비누향으로 들어오고,
거기에 장미와 자스민이 거의 동시에 겹쳐지듯
피아노 반주처럼 깔립니다.
🌿 특히 흥미로웠던 건 탑과 미들이 분리되어 올라오기보다,
덩어리째 한 번에 밀려오는 듯한 구조였다는 점.
알데하이드의 비누 거품 위로 장미와 자스민이 얇게 내려앉고,
핑크페퍼와 티무르 페퍼가 세밀하고 날카로운 스파크를 튀깁니다.
마치 “왕실 욕실에 햇빛이 강하게 쏟아지는 순간” 같은 첫인상.
⚕️ 다만 첫 향의 페퍼 터치가 예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후추 특유의 날카로운 입자가 피곤하게 다가오는 분이라면,
초반부터 약간의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향수는 첫 구간에서 이미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첫인상이 좋으면 그대로 낙찰,
아니면 초반부터 입벤될 수도 있는 타입.
🌫️ 이후 후반부로 갈수록 머스크와 오크모스가 클라이맥스를 만들며 분위기를 바꿉니다.
초반의 차갑고 단정한 비누 공기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 위에 천천히 녹아드는 잔향으로 변해가죠.
마치 음악의 리타르단도처럼,
점점 느려지며 조용히 피부 가까이에 남는 향.
저는 워낙 강한 향들도 많이 경험해봐서인지,
예전에 “악마도 맡고 울고 갈 향들”을 지나온 이후에는
이 정도의 날카로움은 오히려 호로 느껴졌습니다. ㅎㅎ
(그리고 향수가 불호에서 호가 되는 순간,
혹은 반대로 호에서 불호가 되는 순간을
후각 수용체와 뇌의 입장에서 풀어보면 꽤 재밌는데…
그 이야기는 아마 다음 에따 시리즈, 헤르만 편에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는 2026.05.20에 최초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