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날 다림질 할때 나는 향
약 2년 전쯤, 코엑스 옆 현대백화점에서 시향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웬 더 레인 스탑은
투명하고 맑은 향, 그리고 깨끗한 꽃향기의 바이브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맑고 깨끗한 한 끗’이 킥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언젠가는 꼭 들여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찜해두었던 향.
그러다 두어 달 전, 지그재그 라이브 방송을 보던 중 냅다 100ml를 구입했다.
드디어 받아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착향했는데……
어라?
혹시 제 기억의 오류였을까요?
보탬도 뺌도 없이 솔직한 첫인상은,
세탁소의 깨끗한 향으로 시작하는데 그 밀도가 상당히 빡빡하다.
마치 아주 두껍고 빳빳한 하얀 도화지를 향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질감.
깨끗하기는 한데 가볍게 흩어지는 깨끗함이라기보다, 빈틈없이 촘촘하게 차 있는 깨끗함에 가깝다.
예전 기억 속에서 그렇게 선명했던
‘맑고 투명한 빗물 같은 느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이번에는 깨끗함과 높은 밀도감이 훨씬 먼저 다가왔다.
아주 미미하게 답답한 기운도 바닥에 깔려 있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기억했던 투명하고 시원한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얼굴이다.
그렇다고 싫은 향은 아니다.
최애까지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냥 곁에 두고 싶은 향.
어쩌다 문득 생각나서 한 번씩 손이 갈 것 같고,
무엇보다 단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레이어링에서 의외로 활용도가 좋을 것 같은 향이다.
결국 이 향은 내게
‘비가 그친 뒤의 투명한 공기’라기보다는,
깨끗하게 세탁된 흰 천과 빗물의 흔적을 한 장의 두꺼운 흰 도화지 위에 눌러 담아놓은 듯한 향.
기억과 현실 사이에서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준 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