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파우더리 머스크 극장골 ⚽️🫧
처음 분사하고 30분 정도는 전형적인 남자향수 문법 그 자체라 고개부터 절레절레했어요ㅋㅋ 제아무리 만듦새 좋고 전통 오래됐고 하이엔드라도 그 이상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안 생기는… 누가 뿌리고 지나가도 오.. 향수.. 사회적 단장! 정도로 끝나는 냄새..
라임과 자몽이 과즙보다는 보다 마른 껍질처럼 느껴지고, 민트/제라늄/생강의 싸한 아로마틱함에 시더와 베티버가 붙으면서 꼭 건라임 몇 조각 넣어둔 포푸리+남자스킨처럼 납니다. 거기에 민트와 제라늄의 푸르고 싸한 면, 머스크까지 붙으니 시트러스-아로마틱-우디로 이어지는 너무나 익숙한 남성 코롱/그루밍 템플릿 완성ㅋㅋ
예전에 리뷰했던 펜할리곤스 쿼커스의 그 '사회적으로 너무 잘 읽히는 100년 넘게 이어져온 남자향수'와 블렌하임 부케의 마른 시트러스+침엽수 사이 어딘가에 놓인 느낌이었음.
❗️그런데❗️ 이 향은 정말 희한하게 잔향이 앞의 모든 지겨움을 무마해버립니다ㅋㅋㅋ
위 시트러스와 허브의 각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 아래에서 아주 얇고 투명한 파우더리 머스크가 깔리는데, 제가 향덕 초창기에 파우더리 전체라고 호도했고 질색하던 왁시함이나 분말감, 세제/섬유유연제 같은 냄새가 전혀 없어요.
차갑고 조금 젖어 보이는데 실제 물이나 아쿠아틱 계열은 아닌, 비눗방울 표면처럼 거의 무게가 없는 투명막에 가까움. 그 막이 초반의 신경질적인 시트러스 남자스킨 모서리를 사포질하듯 조금씩 둥글게 깎아내다 품어내, 나중에는 가까이 다가가야 희미하게 느껴지는 점잖고 서늘한 우디 머스크만 남아요.
향수를 오래 맡다 보니 내가 앞전의 남자스킨 향, 단 향, 그리고 머스크나 파우더리 자체를 덮어두고 싫어했던 건 아니라는 걸 점점 알게 되었음ㅋㅋ 아뜰리에페이 블랙 우드에서 좋아했던 겨울에 부는 비눗방울같던 반투명한 머스크도 그랬고, 불가리 오 파퓨메 오 떼 블랑의 숨결과 체온이 스민 듯한 엷은 머스크도 그랬어요. 엘리자베스 아덴 화이트티 EDP처럼 여러 허브와 차, 마린과 우드 사이를 얇게 이어주는 머스크도 재미있었고요.
머스크가 앞에 나와 ^살냄새^나 세탁물,세제 따위의 완제품을 만들어버리면 여전히 불호지만 다른 재료의 모서리를 정리하고 온도와 투명도를 조율하는 편집자 역할이라면 오히려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던 것 같음.
남자스킨 향이 나지만 좋았던것들도 사실은 꽤 됨.. 예시로
1. 펜할리곤스 앤디미온
2. 펜할리곤스 로드조지
3. 샤넬 블루드샤넬
4. 헉슬리 블루메디나
-> 공통점 : 끼어든 노트나, 노트끼리 만나 내놓은 결과물로 내부 변주가 확실해 지루하지 않았음, 향이 동적이고 전개 벡터값이 달라 입체적임
저것들과 달리 이게 특이케이스로 느껴질만치 신선했던 건 너무 뻔한 장르 문법으로 시작한 향 그것도 극불호인 향이 후반에 그 장르 자체를 해체해버린다는 점임.. 한마디로 잔향이 좋으니까 모든게 용서됨ㅋ
탑과 미들까지 재미있어서 본품을 샀는데 잔향이 불호라거나 생활용품 영역의 익숙하고 뭉툭한 머스크나 바디제품 냄새로 귀결되면, 처음에는 참고 쓰다가도 결국 정 떨어짐… 제인패커 아발란체 화이트가 딱 그랬고 삼만원짜리 초저렴이였는데도 아직도 돈아까워요 큰 교훈 얻음 😓 그거 직장 화장실 방향제로 쓰는중.. 아 그짓거리 하는게 나인거 아시는 분이 정보 물어보심ㅋㅋㅋㅋㅋ
암튼 민트앤토닉은 꽤 희귀한 역전승임ㅠ 추가시간 극장골급이에요ㅋㅋ 첫 30분만 보면 절대 제 향이 아닌데 잔향 때문에 다시 손목에 코를 갖다 대게 되는 향..
역시 취향에도 예외는 있는 법이고, 향수는 끝까지 맡아봐야 알 수 있는듯!!
이 리뷰는 2026.08.23에 최초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