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육 98%, 제스트 2% 🍹
아틀리에 코롱 오랑쥬 상긴느가 사람이 직접 오렌지 껍질을 까며 손끝에 튄 정유와 흰 속껍질의 씁쓸함까지 보여주는 향이라면, 이쪽은 이미 착즙을 끝내 유리병에 담아둔 오렌지주스에 가까워요ㅋㅋ
[오랑쥬 상긴느]
손톱이 껍질에 들어감 → 표면이 찢어짐 → 정유가 튐 → 흰 속껍질의 씁쓸함
[아란치아 디 카프리]
누군가에 의해 이미 착즙이 끝남 → 유리병에 들어 있음 → 한 모금 마시면 과즙 안에 제스트의 쌉싸래한 미립자가 조금 떠 있음
둘 다 오렌지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서로 완전히 다른 부위를 보여주는 게 재밌어요. 굳이 고르라면 저는 여전히 껍질과 정유가 살아 있는 오랑쥬 상긴느 쪽이 더 취향이지만, 이쪽의 잘 만든 오렌지주스도 상당히 맛있게 맡았습니다.
내가 입고 싶느냐 한다면 그건 아님ㅠㅠ 애초에 살갗에 녹아버리는 수준의 지속력이라 혼자 즐기기에 그만인 그런.
그렇다고 마트에서 흔히 파는 설탕+구연산+합성향료맛 오렌지음료는 절대 아님ㅋㅋㅋ 외국에서 건너왔다는 이유로 가격 최소 두 배쯤 불어 백화점 식품관이나 마켓컬리에 있을 법한 과즙 100%짜리 프리미엄 주스쪽.
단맛과 산미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정말 잘 익은 오렌지 안에 원래 같이 들어 있던 맛처럼 느껴지고, 제스트를 미립자가 되게끔 갈아다 넣은 듯 시금털털하고 씁쓸한 결도 조금 남아 있어요.
노트표를 보고 나니 역시ㅋㅋ이 작은 쓴맛에는 쁘띠그랭이 꽤 큰 역할을 한 듯. 과즙을 갑자기 나뭇잎 향으로 바꿔버리기보다 오렌지의 외피를 아주 잘게 갈아 주스 안에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카다멈도 내 코엔 딱히 향신료로 식별되진 않는데 오렌지의 달콤함이 퍼질 때 은근히 싸하고 서늘한 골격을 세워줘서 시럽처럼 죽 늘어지지 않게 잡아줌.
의외인 건 베이스의 카라멜!! 카라멜향 자체로는 아예 의식되지 않는데, 오렌지를 디저트화시키는 대신 주스의 당도를 살짝 높여주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설탕 액상과당 따위를 넣었다기보다 원래 당도 높은 과일을 골라 착즙한 것 처럼요.
생각해보면 난 예전 판단처럼 향수에서 단걸 무작정 배제하기보단 그 단맛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납득 가능한가를 꽤 중요하게 보는 편인 듯ㅋㅋ 프루티의 경우 바닐라나 크림을 얹거나 럼에 절여 향수답게 달게 만든 과일(톰포드 로스트체리, 펜할 엠프레사)은 전혀 동하지 않는데 과육 자체가 익어서 단 향은 훨씬 편하네요ㅋㅋ 이 향도 분명 달지만 끝까지 오렌지 자기 자신이 본인 단맛의 출처라서 전혀 진저리나지 않음.
이 리뷰는 2026.08.18에 최초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