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 저물어가는 해질녘 속 향취
스모키 우디향이라 정의 내린 날것의 그대로임. 이런 류의 냄새가 요즘 들어 타입넘버 등에서 자잘자잘하게 등장하더라. 그렇지만 호불호 유별나게 타는 비주류 향일 거라서 소수 매니아들만 찾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난 그 중에서 아임프롬의 녘이 가장 인공적 미 얕고 자연스런 향을 정제없이 끄집어내지 않았나 싶다. 녘, 향의 제목만 보아도 이 향의 절제된 미학이 돋보임.
나직하게 이 주류 아닌 향이 마냥 우디하냐면 그건 또 아니다. 달콤 씁쓸한 바닐라향이 절대적으로 배제된 것 같진 않고 얌전한 파우더리한 낌새가 안 짙게 깔려 부드러운 분위기만 한껏 고조시킨다. 롱테이크의 샌달우드 향 비슷한 결인데 아임프롬의 녘이 포근 따뜻한 풍김은 확 덜어내고 무언가 코끝이 시큰하다. 특유 스파이시함 재간에 잇따라 싸한 끌림이 찌릿하게 바늘같이 미세한 호흡결 따라 쑤신다. 또한 일말은 럼의 알싸하고 알딸딸한 취기 오를 달큰내가 한 모금 겹쳐진달까. 이것도 중독의 일부인가. 중독도 해로운 중독 아닌 이로운 중독의 이끌림.
약간 이쪽과인 헉슬리 블루메디나탠저린은 흐트러진 바람결에 휘청이는 탠저린 나무 줄기와 초록 잎꼭지에 파묻힌 탠저린의 떫고 푸릇함이 배어나와 정처없이 떠도는 검고 푸르른 하늘의 만취 너머 이국적인 정취까지 더해진다면(이방인, 방랑자의 삶) ,아임프롬 녘은 침전된 공기에 짓눌러 널브러진 육신을 겨우 이끌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침체기를 벗어나 자기만의 안식처를 찾고는 한곳에 머물러 있는 상태가 지속된 흐름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미음을 넘어선 비바람 직전의 빗줄기가 몰아치는데 온사방이 숲이고 피할 길이 없는 거야. 비의 그림자까지 젖지 않도록 미친 듯이 도망칠 무렵 거기서 거룩하게 거대한 나무 하나를 발견한 거지. 영원히 닿지 않을 앙상한 듯 단단한 나무에 등을 기대봤어. 경직된 고갤 뒤로 젖혀 땀줄기랑 빗줄기 마구 뒤섞인 채로 깊은 숨을 고르거든 그쯤에 등 뒤에서부터 오소소 전해지는 찬기와 동시에 옷에 밴 나무 냄새. 젖은 공기. 싸한 바람결. 식어버린 온기. 끝 서린 밤... 이 모든 결정체가 집약된 향처럼 느껴졌음.
이런 열린 결말의 전개가 펼쳐지기를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감촉이 이를 감싸안으며 위로한다. 그와 못지않게 적적한 공기 우는 향을 꾸밈없이 자아낸다. 얼핏 살 지진 불 냄새 같기도 하고, 파박 불 꺼진 장작의 매캐하고 매서운 내음이 별안간 침묵을 깨고 묵직하게 내려앉기가 무섭게 그 연기 냄새 옮겨붙듯 습기 젖은 물 안개에 휩싸여져 있는 평연함과 평온함을 유지시킴. (인텐스 개념과 살짝 다른데 요즘 유행어 불멍 냄새가 바로 이런 향 느낌일 것 같음. 금방이라도 제 눈동자로 치솟는 불길이 드리울 것 같거든.)
이로써 향의 향연만 느껴도 풍부하고 풍성하지만 이건 바디 핸드 로션이잖음. 향에만 집중했다면 한 번 쓰고 말 텐데 크... 얼굴에 바르고 싶어지는 줄곧 부드럽고 살짝은 쫀쫀한 감각형. 핸드크림 역할로 쓰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크림 질감에 매료되어 편한 튜브형 패키지 핸드크림으로도 따로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멎는다.
난 향 로션은 보습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정도가 좋더라고. 좀 가볍긴 한데 이것만 바른다고 으악 건조해 할 만큼은 아니라서. 적이 보습 보충을 위해 더마비 무향료 세라엠디 크림 섞어 바르니 질감 궁합이 좋아 쫀득함이 배가 되고 무한 건조력은 고꾸라지고.
어쨌거나 향을 중심으로 한 바디 제품들은 몸에 닿는 그 느낌까지 완벽하지 못하고 어딘가 항상 구멍난 곳이 있었을지언정 얘는 그와 별개였다. 구태여 결백하게 고백 터뜨린다면 향도 향인데 향도하는 발림성 때문에 향후 구매 결속하고 싶어질 정도니까.
이 아일 발라 촉촉이 스며들면 느짓한 몸짓 한번에 향이 미약하게 떨리는데 겹겹이 바를수록 묵직한 향이 살 그림자마저 옭아맨다. 내게 녘은 밖에 나가서 이 향을 쓰고 싶다기보다 지친 하루의 쉼에 있어서 가끔씩 호흡 내맡기고 싶은 그런 향이다. 더구나 비 오는 날에 써서 더욱이 좋게 느껴졌다. 사실 (기껏해봤자 트리트먼트 향이긴 하지만) 롱테이크 샌달우드는 향 냄새가 퍼뜩 찬 겨울이 떠오르나 아임프롬 녘은 어느 한 계절에 속하지 않으면서 비가 내린 어떤 날... 구체화되지 않은 순간을 맺어준다. 근데 그게 더 호기심 자극하는 듯.
아무튼 정적이고 고요한 허공에 얽혀져 내린 빗줄기와 그로 인해
맺힌 물방울 응시하면서 공통점 없는 향기 상극의 만남을 즐기려 한다면 아임프롬의 녘이 무료한 안온함을 선사할 것이다.
(번외로 여기에 도프트앤더프트 세이지리프까지 뿌리자 지옥의 오아시스 느낌? 지옥에 온천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상상 속 비냄새 물냄새 빗방울 냄새에 타들어간 나무 잿더미 후각과 수증기 냄새 걷히며 콧속 헐 것 같은 단내 뒤범벅임. )
이 리뷰는 2023.04.11에 최초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