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향은 조금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해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살냄새 둔갑한 냄새가 길게 잔향처럼 진다. 열대 과일 마구 섞인 향이 짙게 나기가 무섭게 어떤 헌 잠옷 냄새가 구질구질 포근하게 속살에 파고든다. 일단 내 잠옷은 아님. 잘못 맡은 건가. 막연히 침구 냄새? 베개 냄새? 이러기엔 좀 난잡하니 아쉬움. 내 후각에는 그래. 괜찮다가도 싫고, 팍 싫으면서도 덜 싫은 내음이었음. 그러다 또 맡으면 괜찮아짐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몇 초도 안 가서 돌연 훅 이상하게 나쁘고... 이 아일 다스리기가 어렵네. 꼭 향과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길들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ㅋ
그 뭐라 해야 되지 관능적인 냄새보단 침냄새 섞인 숨결처럼 향이 와닿더라고...하핳. 글쎄 관능은 어디에...? 오히려 관음적인 듯함. 트로피컬한 향 때문에 도시 야밤에 칵테일 한 잔 한 것 같은 느낌은 들긴 해. 그래서 향은 밝은 편에 속한데 지하 클럽 못지 않은 음습한 곳에 서로의 몸을 내맡긴 채 사람들 그림자 속으로 형체 없이 묻혀 사라져가는 듯한 분위기? 달콤 새콤 과일주 향이 미친 듯이 폭주하다 한바탕 일 치르고 난 차분함이 고요히 잠겨 있음ㅎ 근데 그게 폭풍 키스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침 섞인 숨결 같아서 몸에 바르기가 참 곤란하다. 마치 살냄새인지 숨결인지 모를, 그러니까 누구것인지도 구분 안 갈 살냄새를 가장한 숨냄새 비슷한 내가. 아무튼 내 첫감상은 이러했다.
머스키레더 핸드크림 후기에 좀 더 주저리 써보겠지만 아직까진 이 향과는 거리를 두고 싶긴 하다. 잔향이 향취라기엔 잠옷 안 빤 냄새스럽다보니... 여하튼 바디 로션 자체 사용감은 이제껏 나온 더마비 바디로션들에 비해 가볍고 하늘하늘 부드럽게 스며든다. 끈적임도 드물어 이거 바르고 곧바로 이불 속에 쏙 몸 감추어도 괜찮을 거다.
+)22.5.7 추가. 난 샘플 써봐서 미처 지나치다 글픽 이미지 용기 찬찬히 들여다보니까 아무리 영어로 크게 향 종류 달리 적혀 있어도 간혹 단번에 분간 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 하물며 이걸 쓰는 대상이 예컨대 어르신들일 수도 있잖음. 뚜껑을 색깔별로 하거나 저 금빛 뚜껑이 이 로션 디자인의 생명이라 할 경우 용기에 붙여진 스티커 테두리에 종류별로 색깔 다르게 해주면 이전보다 보기 편하지 않을까. 향 종류 영어 글씨에 형광펜 긋는 것처럼 해둬도 괜찮겠네. 이상 한 소비자의 혼잣말하고 감.
이 리뷰는 2022.05.07에 최초 작성되었습니다.